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제인 구달>을 보고
침팬지 연구에서 화려한 이력을 가진 여성 과학자, 제인 구달.
그의 생애에 관한 다큐를 봤다.
유명한 생물학 과학자라는 것만 알고 보았다.

유실된 줄 알았던 제인 구달의 젊은 시절 영상
컬러로 복원돼 마치 현대인듯 생생하다
재미있었던 점은 영상이 시작하기 전에 나오는 자막인데
유실된 줄 알았던 60년 전의 내셔널 지오그래픽 영상을 가까스로 찾았고
그를 복원해서 이 다큐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막 발견된 귀한 보물을 보는 느낌이었다
제인 구달의 젊은 시절 모습이 가득 잡힌다
흑백 영상을 컬러로 복원한 듯 했다
세상이 참 좋아졌다

대학에서 생물학 엘리트 코스 밟았을 것 같은 구달
고졸로 연구소에서 비서로 일하다가 우연히 발탁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한다는 걸 발견하던 순간을 인류 최초로 목격한 사람. 제인 구달은 생물학 엘리트 코스를 밟았을 거 같지 않나요? 하지만 이런것들이 사실 '저명한 사람은 대학을 나왔을 것'이라는 우리의 뿌리깊은 편견인지도 모릅니다. 그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대학을 가지 못했어요. 하지만 아주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아프리카에 사는 것을 꿈꿨습니다. 타잔처럼 밀림을 쏘다니며 야생동물과 함께 살고 싶었대요. 그런 열정은 신기하게도 유년시절의 한조각 꿈이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지속됩니다.
동물에 워낙 관심이 많아서일까요? 그는 한 대학 교수의 연구소에서 비서직을 맡게됩니다. 연구소에서는 침팬지를 연구해 선사 시대 인간의 생활상을 파헤치는 작업을 하고 있었죠. 1960년대 정도까지만 해도 침팬지는 미지의 동물이었어요. 인간과 가장 닮은 동물이란 점은 알려져있었지만 야생 침팬지는 아프리카 밀림에 가야만 만날 수 있었고, 사람에 대한 경계도 심해서 쉽사리 그들의 하루일과를 보여주지 않았죠. 몇년에 걸쳐 침팬지를 연구한 사람도 두어번 정도 야생 침팬지를 목격, 관찰한게 전부였다고 합니다.
구달이 일하던 연구소에서는 사람을 보내 보다 가까이에서 야생 침팬지를 관찰할 사람을 물색합니다. 학벌은 중요하지 않았대요. 그저 열정이 있는 사람을 구했다고 합니다. 그덕에 연구소는 제인 구달이라는 위대한 학자를 발굴할 수 있었어요.
침팬지의 도구 사용을 처음 발견한 사람
구달은 침팬지를 매일매일 높은 언덕에서 관찰합니다. 조금이라도 가까이에 위치한다싶으면 침팬지들은 바로 자취를 감췄어요. 하지만 매일 지켜보는 하얗고 털이 없는 신기한 유인원에 침팬지들도 익숙해지기 시작합니다. 몇발자국 옆에 있어도 신경쓰지 않고 자기 할 일을 하는가하면, 구달의 숙소인 텐트까지 와서 바나나를 털어갑니다. 이 덕분에 침팬지들과 더 친해질 수 있었어요. 그들에게 이름도 지어주고 육아, 걷는 모습, 성장, 집단 구조 등을 면밀히 관찰합니다.
구달은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하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구달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진 사건이었죠. 믿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 등 관심이 너무 뜨거워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구달과 침팬지들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합니다. 연구 지원도 받구요. 이 때 카메라맨 겸 연출가가 아프리카로 오는데 구달은 그와 사랑에 빠집니다. 결혼을 하고 아들도 낳아요. 하지만 각자의 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아 이후 이혼이라는 어려운 선택도 하게 됩니다.

이 덕분에 이 다큐멘터리가 탄생할 수 있었어요. 젊은 시절 구달과 연구 모습이 생생히 영상으로 남아있거든요.
딸의 아프리카 탐험도, 이혼도 존중한 구달의 어머니
성공 후 많은 여성 제자를 아프리카에서 키워낸 구달
제가 감명깊었던 부분은 2가지였어요.
구달이 유명해지고 성공을 거두자 그의 연구에 후원도 많이 들어왔고 제자도 왕성하게 길러낼 수 있었어요. 그런데 카메라에 잡힌 제자들 다수가 여성이었습니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지금보다 어려웠던 시절, 게다가 아프리카라는 오지에 과학자, 관찰자로 파견된 여성들. 다소 생소한 모습일 수 있는데요. 이건 구달이 길을 개척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구달이 한번 길을 개척하자 '아 이건 여성도 충분히 해내는 일이구나'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과 어린 여성들 사이에서 자리잡았을 거예요. 그리고 구달이 여성 과학자들을 길러내는 데에도 열심이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두번째는 이혼을 고려하고 있던 구달이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그에 대한 답신이 인상적이었어요. 40여년 전인 것을 고려하면 이혼을 고려하는 딸에게 마냥 너의 선택을 응원한다고, 원래 남자들은 자기의 꿈으로 직진하는 것을 서슴치않지만 여자들은 늘 방해받는다고 말하는 구달의 어머니는 참 진보적인 사람입니다. 지금 시대에도 심각한 사유가 없고 성격과 일의 차이로 이혼한다고 하면 서슴없이 그러라고 하는 딸의 부모가 얼마나 될까요?
구달의 어머니는 구달이 처음 아프리카에 혼자 들어갈 때, 동행인으로 따라갔어요. 여자 혼자 현지인들과 지내는 것이 다소 위험하거나 낯설 수 있기 때문이었죠. 딸의 꿈을 위해 60여년 전 미지의 세계인 아프리카로 들어가는 것이 가능한 이야기인가요? 저는 딸이 없지만 쉽지 않은 선택임은 확실해보입니다. 좋은 어머니를 가진 것이 구달의 가장 큰 재산일지도 모릅니다.

나이든 제인 구달의 목소리를 통해
젊은 시절의 제인을 설명한다
생애 전체를 둘러싼 순수한 열정
노년이 된 그가 담담하게 설명하는 삶의 궤적
주름진 얼굴, 흰 머리, 평온한 표정
아프리카 밀림의 생명력
젊은 제인 구달의 강단있는 눈빛
침팬지를 존중하는 구달의 태도
어미 침팬지가 죽자 우울증에 걸려 생애를 마친 자식 침팬지의 모습
인간보다 선한 줄 알았던 침팬지들이 벌인 잔혹한 전쟁
늙은 제인과 훌쩍 커버린 그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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