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연인들과의 시간을 떠올리면 늘 후회가 섞인다
그 시간동안 내가 얻은 게 있을까
왜 그렇게 오래도록 놓지 못했을까
관계에 있어 내 탓만 하는 그에게 왜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나
정말 그렇게까지 내가 좋아했던 걸까
왜 그렇게 예쁨 받고 싶어했던 걸까
"그럼에도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함부로 놓아서는 안된다" (p47)
사람이 태어나 많은 것을 배우듯이 사랑도 배워야한다. 사랑을 하면서 내게 결핍된 부분을 깨닫고 어떻게 해야 잘 사랑할 수 있는 지를 배워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리히 프롬은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무의식에 의해 사랑이 선택되는 과정은 어린 시절 풀지 못한 마음의 문제를 이성과의 관계 안에서 다시 해결할 수 있는 기회인지도 모른다." (p48)
나는 그에게 독립성을 배웠다. 굳이 말하면 그가 가르쳐 준 것은 아니고 그와의 연애가 내게 가르쳤다. 부모님에게 성인이 되어서도 감정적으로 의지하던 태도가 당시 자주 걸림돌이었다. 독립적이지 못한 태도는 그에게도 적용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부정적인 사건에 맞닥뜨릴 때마다 그에게 풀어내며 짜증부리고 울었다. 그 때는 나만의 감정 해소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그에게 내 부정적 기분을 나눠준 꼴이었다. 해결될 수 없는 내 문제에 대한 푸념을 들으면 그의 기분도 덩달아 가라앉았고 무력한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에는 서로 짜증을 내며 대화가 끝나곤 했다. 2년 여의 싸움 끝에 내 문제를 깨달았다. 내 기분은 내가 처리해야한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 사랑을 잘해야 다음 사랑을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p48)
과거에 열심히 사랑한 사람만이 앞으로 나아가고 현재, 미래의 사랑을 잘 할 수 있다. 자신의 문제를 파악하고 그럼에도 끝까지 자신과 상대방의 관계를 보호하려고 노력하는 것, 상대의 단점을 알았음에도 그를 보듬으려는 마음. 그런 것들에 끈질기게 노력하고 부딪힌 사람만이 이후에도 사랑을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서둘러 사랑을 끝내 버리면 남는 건 후회뿐이고 다음 사랑도 잘할 수 없다.
"사랑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성장이 아닐까. 그러니 이별을 결심하더라도 내가 왜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고, 왜 헤어지기로 결심했는지, 그 과정을 깊이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다음 사랑은 좀 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테니까" (p48)
연애가 끝난 후, 또는 사랑이 지나가버린 후 그에대한 곱씹고 생각하는 과정은 그래서 필요하다. 당시 연애에서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뭐였는지, 불편했던 점은 뭐였는지 생각해보고 '만약에 다음에 연애를 한다면 이렇게 해봐야지!' 생각할 수도 있다. 또 그에게 정말 좋았던 점은 뭐였는지, 나와 맞지 않았던 점은 뭐였는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 나아가서 연애 상대라는 존재가 내게 정말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의 역할까지 허락할 것인지, 새 연애를 한다면 어느정도의 독립성을 지켜낼 것인지도 생각해봐야한다. 그러려면 연애를 할 당시 내 기분, 내 태도를 잘 떠올려보면 좋다. 내가 누구인지 알게되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의식하지 못해도 우리가 최종적으로 만나게 될 운명의 상대는 이전 지리멸렬했던 사랑이, 또 그런 사랑을 견디고 보듬어온 행보가 이어준 것이다."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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